Weekly Sage - 9호
이번 주에는 저희팀에서 영업을 담당하는 동료가 입사 1년만에 회사에 내어 놓을 만한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회사 지하에 있는 식당에서 모처럼 팀의 아재들과 소주 한 잔 했습니다. 덕분에 가방을 사무실에 팽개치고 와서 이번주 Weekly Sage를 쓰려고 메모 해 둔 것을 두고 왔습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해치우려다가 차를 몰고 사무실로 나왔습니다. 사무실에서 일찌감치 쓰는 Weekly Sage 9호 시작합니다.
성과
작년에는 그 전년도에 다른 인원들이 무리하게 계약 해 놓고 개발은 하지 않아서 제가 사업부를 맡은 이후에 뒷수습을 하느라 한 해를 보냈습니다. 덕분에 일은 일대로 하면서 업무는 넘쳐나고, 정작 성과를 내야 하는 주력 솔루션에 최선을 다하기 어려웠습니다. 일은 넘쳐나고 성과는 나지 않으니 매월 마감 미팅 때마다 사장님을 비롯한 경영진들의 질책이 끊이지 않았고, 연말 쯤에는 저도 멘탈이 너덜너덜 해져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습니다. 더 힘든 것은 팀의 사기가 떨어지니 누구보다 열심히 업무에 매진한 직원들이 하나 둘 씩 퇴사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일들이 겹치니 “과연 내가 지금 잘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세웠던 계획이나 자신감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애초에 능력이 부족하고 실력이 없는데 괜하게 일만 벌여서 나도 힘들고, 동료들도 힘들고 회사는 돈만 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자괴감때문에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어쨌든 어떤 프로젝트는 개발 중단을 하고 계약을 종료하기도 했고, 아예 돈을 돌려주고 시작도 하지 않은 계약도 있었고, 꾸역 꾸역 개발하고 업데이트 해서 마무리한 프로젝트들도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참 힘들게 힘들게 버텼습니다.
덕분에 올 해 목표는 작년보다 30% 낮춘 목표로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고, 올해가 회사 매각 후 합류한지 3년차라서 이제 마지막 기회를 준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이번주에 작년 하반기부터 새롭게 개발한 저희 제품으로 드디어 첫번째 계약을 수주했습니다. 물론 납품까지 3개월 이상 더 개발을 해야 합니다만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했고, 덕분에 상반기 목표의 95%가 달성 될 것 같습니다. 6월에 좀 더 분발한다면 매출, 영업이익 모두 작년 1년 실적의 규모를 상반기에 달성하고 하반기도 밝은 전망입니다.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는 느낌이었고 기분이 좋습니다.
사업을 하다가 회사에 들어오니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이유가 좀 달라진 느낌입니다. 전에는 생존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성과를 통해서 저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는 마음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홀로 버둥거리기만 하고 누구도 우리의 생존과 하는 일에 관심이 없던 조그만 사업을 하다가 이제는 회사의 실적에 대한 안팍의 압박을 받다보니 일을 대하는 마음과 방법도 다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년 연말 전직원 회식 할 때 사장님이 소주 한잔 따라주시면서 평소와 다르게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하시던 장면이 기억나네요. 개발을 3년째 하고 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성과로 돌아온다는 것. 증명 해 보이겠습니다.
이번 주의 장면 1
그 와중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서 3년째 영업팀의 막내로, 팀의 막내로 좌충우돌 애 쓰던 사원이 수요일 아침에 퇴사하겠다고 하네요. 아직 면담을 하지는 못했지만, 마음을 돌리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그렇고 이제 먼가 좀 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한명씩 팀을 떠나네요. 아쉬운 마음보다 원망의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저마다 자기 인생 사는 데 그동안 과도하게 마음을 쓰고 잔소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특히 나이가 열다섯살 넘게 차이나는 팀원들과는 “심리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고요. 떠나 보내면서 서로 배울 만한 지점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 봐야겠습니다.
이번 주의 장면 2
페북을 보다 보니 페친 한 분께서 “자신이 이 회사에서 일하는 이유 중의 하나인 분이 회사를 떠나기로 했다.”라는 포스팅을 하셨습니다. 존경 받는 동료/팀장이 되고 싶은 열망이 있는 제게는 참 부러운 포스팅이었습니다. 나는 다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이 제가 가진 약점을 인정하지 않고 감추기만 하게 되어 오히려 동료들과의 소통에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번 주의 장면 3
예전에 한 번 미팅을 한 업체의 담당자가 오랫만에 연락을 해 왔습니다. 새로운 직장으로 이직을 했고, 이직 후 조직 내에서 신사업을 구상 중인데 제 의견도 듣고 싶고 함께 개발 해 볼 접점이 있는지 논의를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회사에 와서 이런저런 상의를 하고 미팅을 했습니다. 미팅이 끝나고 개인적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서 따로 시간을 내어 달라고 합니다. 그 분이 자기 팀원이랑 둘이 방문을 했는데 이야기인즉슨 팀원이 고등학교 졸업 후 7년을 그 회사에서 다녔고, 회사의 제품에는 전문가인데 퇴사를 하고 다시 공부를 해서 IoT 제품 개발을 하는 회사에 개발자로 들어가고 싶다고 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리고 싶은 팀장은 제가 그 팀원에게 이제 그런 계획을 가지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고 말 해 달라는 것이었어요. 제가 그런 조언을 할 만한 사람도 아닌 것 같고, 무엇보다 처음 보는 분에게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해 드리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또 찾아 오신 분이랑 그런 친밀한 관계도 아니어서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결국은 두 분의 입장을 모두 지지하는 말씀을 드렸고 결국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는 뻔한 조언을 잠시 드리고 헤어졌는데 여러가지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유가 어쨌든 제게 조언을 구했다는 사실이 감사하고, 시간이 부족해서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말씀을 충분히 드리지 못한 것도 아쉽고요. 살다보면 내가 친해지고 싶고 내가 도움을 청하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정작 저를 찾으러 오는 사람은 생각지도 못 한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다가가고 싶은 사람보다 저를 찾아 주는 사람에게 더 감사하고 미력하나마 에너지를 더 쓰는 경험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마치면서
코로나가 잠잠해 지는 것 같더니 이태원에서, 그리고 인천, 부천 수도권으로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번저가는 것 같네요. 저도 마음을 좀 풀고 있었는데 다시 마음을 잡고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독자분들도 건강한 한 주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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