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Sage - 7호
계절의 여왕인 5월의 첫 주, 황금연휴도 다 지나가고 두번째 주말도 저물고 있습니다. 국내감염자 0명 수준이 며칠 계속되어 코로나 조기 종식에 희망을 가졌으나 이태원 클럽발 감염자가 발생하고, 연이은 지역감염이 계속되어 불안한 마음으로 연휴를 지냈던 많은 분들이 아쉬운 탄식을 쏟아내는 밤입니다. 강력한 조치들이 계속되고 있으니 다시 수그러지길 빕니다.
캠핑에 다녀왔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속 거리두기로 바뀌기도 했고, 5월 초 황금연휴에 아무데도 가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캠핑장이라는 장소는 아무래도 옆 집과 기본적으로 거리를 두는 장소기도 하고 야외 활동이기도 해서 코로나의 위험에 상대적으로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일주일전에 가족들에게 주말에 캠핑을 가자고 이야기 해 두고는 이번 주 Weekly Sage는 캠핑으로 글을 써야지 했습니다.
과제와 공부가 밀린 서영이는 금요일에 결국 캠핑 포기를 선언했고, 본인만 두고 가라고는 했습니다만 딸 혼자 두고 세식구만 가기가 영 걱정이어서 아내가 남고 지민이와 저만 가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7년만의 텐트 숙박 캠핑이라 캠핑 전문가인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부녀 2가족의 캠핑이 되었습니다.
짐은 대략 사진과 같습니다. 네가족 캠핑 짐은 저기에 아이스박스 하나 더, 그리고 저 밀차 한대 분이 더 있습니다만 작년에 새로산 세단형 제 자동차 트렁크가 워낙 작기로 소문난 차라 저 정도 짐에 이미 트렁크가 꼭 찹니다. 결국 침낭은 뒷자석 행입니다. 지민이와 둘이서만 가는 길이라 큰 문제는 없습니다.
캠핑의 시작
캠핑은 2010년에 시작했습니다. 그때는 지민이가 우리나이로 여섯살, 서영이가 여덟살이던 때죠. 아이들과의 추억도 많이 남기고, 좀 자주 야외 활동을 하고 싶었는데 펜션 등의 숙박시설은 1박에 15만원, 밥 먹고 고기 굽고 하면 네식구 한번 나서는 30만원은 금방 깨지는 상황이죠. 11년전 캠핑장은 1박에 좋은데가 2만원, 그보다 더 싼 캠핑장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주로 3만원 이상이라고 하네요. 이번에 다녀온 춘천 인근의 용화산 프라임캠핑장은 1박에 무려 4만원입니다. 그 당시에는 캠핑장 요금이 싸니 펜션 한번 갈 돈으로 캠핑 여러번 갈 수 있겠다는 논리로 시작을 했습니다. 하지만 장비에만 수백만원을 썼다는 사실!
장비병에 걸린 Sage는 캠핑계의 애플과 같은 Snowpeak 브랜드에 꽂혔습니다. 해마다 발간하는 제품 카탈로그를 돈 받고 파는 바로 그 브랜드. 일본의 그 브랜드입니다. 이 업체의 제품은 참 쓰면 쓸 수록 감탄할 수 밖에 없는 품질과 아이디어, 그리고 환경까지 생각하는 완벽한 브랜드 입니다.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을 빼면 말이죠. 이제는 일본 브랜드라는 점도 좀 아쉬운 부분이긴 합니다.
텐트와 화로대를 Snowpeak에서 구매를 했습니다. 화로대는 심지어 일본에서 사서 들여왔지요. 다 좋은데 한국 수입처가 환율대비 가격이 많이 높게 책정합니다.
11년전에 산 바로 그 텐트, 7년만에 다시 쳐 보았습니다. 오랫만에 쳤지만 짱짱하게 각이 잘 나왔네요. 처음에는 저 갈색이 왠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화려한 빨간색, 파란색 다 놔두고 왜 똥색인가? 제조사는 자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색으로 정했다고 하네요. 지금도 캠핑장에 가서 다양한 텐트들을 보다보면 역시 스노우픽의 저 색이 정말 여름에는 짙은 녹색 푸르름과, 겨울에는 황량한 겨울 대지와 언제나 잘 어울립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한 성능을 보여주는 텐트가 기특하더군요. 가장 엔트리 모델이지만 50만원이 넘는 고가인데 아깝지 않은 성능입니다.
캠핑은 고기
아이들과의 추억도 중요합니다만 역시 캠핑은 먹방입니다. 특히나 고기를 좋아하는 저는 캠핑을 가던, 펜션으로 가던, 아니면 당일치기 나들이던 자주 화로대와 주철 그리들과 함께 했습니다. 사진 속의 주철 그리들은 주철로 만들어진 고기 굽는 도구인데 잘 관리를 하지 않으면 녹이 습니다. 무쇠로 만들고 일체의 코팅이 없기 때문에 몸에 해롭지 않고 심지어 철분 섭취에도 도움이 된다는군요. 고기 굽기 전에 잘 가열을 하고 차콜이나 장작불로 불향이 나는 멋진 스테이크를 만들 수 있습니다. 물론 다 먹고 나면 잘 식히고 들러 붙은 고기 등등을 긁어 낸 후 물로 닦고 다시 기름을 발라 토치로 가열 해서 수분과 기름을 날리면 녹슬지 않게 됩니다. 한번의 고기 굽기를 위해 참 번거롭지만 늘 기꺼이 수고를 감수 할만 합니다. 이번 캠핑에서는 돼지고기 목살, 소고기 등심, 쏘세지, 치즈 그리고 닭똥집까지 구웠습니다. 둘이서 와인 네병을 비우는 기염을 토했습니다만 공기 좋은 곳에서 좋은 친구와 아이들과 함께 해서 숙취도 없고 꿀잠자고 잘 일어났습니다.
캠핑은 분위기
캠핑장에서 그렇게 먹고 마시고 시간을 보내다보면 어느덧 해가 지고 캠핑장에 밤이 찾아 옵니다. 차콜로 고기를 굽던 화로대에 본격적으로 장작을 넣고 모닥불을 피웁니다. 아직 저녁에는 쌀쌀한 날씨지만 따뜻한 모닥불 앞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면 몸도 마음도 따뜻해지죠. 제가 캠핑을 하면서 가장 사랑하는 최애 아이템은 콜맨사에서 나온 휘발유 랜턴입니다. 제품 이름은 North Star, 캠핑의 북극성과 같은 존재입니다. 캠핑 장비도 점점 LED와 같은 최신 기술이 도입되는 추세지만 랜턴만큼은 아직 이 제품의 성능과 맛을 대체 할 수는 없습니다. 밝기 엄청납니다. 이거 하나면 어지간한 캠핑 사이트가 환해지죠. 400ml정도의 화이트 개솔린을 넣으면 8시간 정도 동작합니다. 부탄가스 랜턴은 길어야 두시간, 배터리를 쓰는 놈들은 시간도 짧고 밝기도 형편 없죠. 무엇보다 휘발유 랜턴의 장점은 펌프질을 해서 압축을 한 연료통에서 휘발유가 기화하면서 태워지는 그 소리입니다. 조용한 캠핑장의 밤에 쉬익하는 랜턴의 소리, 따닥따닥 이따금 나는 장작의 소리, 타프를 때리는 빗소리. 그런 조용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눠도 좋고 홀로 상념에 잠겨도 좋습니다. 그 분위기 그 맛이 그리워 7년만에 텐트를 집어 들었나 봅니다. 물론 술은 너무 마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늘 다짐만 합니다만….
마치면서
아이들과 자연 속에서 많은 활동도 가능합니다만 오늘은 이만 줄일까 합니다. 업무와 여러가지로 분주한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만 올 해는 좀 더 자주 자연으로 나가서 회고도 하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학원으로 학교로 바쁜 아이들이 이제는 저희 부부보다 더 시간 내기가 어렵지만 공부보다 일보다 가끔은 더 중요한 시간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작은 사진들이 독자분들께도 기쁨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age 드림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