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Sage - 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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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봄방학이 한창입니다. 5월 4일 일괄 휴가 내라고 하면 좋으련만 직원들의 마음에는 도통 관심이 없으신 높으신 분들 때문에 팀원의 절반 정도를 휴가 보냈습니다. 저는 4일에 출근하겠지만 암튼 꽤 긴 휴식의 시간입니다. 불교계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차원에서 부처님 오신 날 공식 법회 등 행사를 5월 30일로 연기했다고 합니다. 환영 할만 하고 이웃 종교의 현명한 선택에 감사한 일입니다. 마침 윤 4월 초파일이 5월 30일라네요. 부처님 덕분에 하루 잘 쉬었습니다. 예수님도 올해는 금요일에 오시니 월급쟁이는 감읍 할 따름입니다. 자 6호 갑니다.

Daily Routine

이번 주에는 개인적인 Daily Routine 만들기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Daily Routine은 Morning Ritual로 소개하는 경우도 있고, 습관 만들기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어떤 하루의 프레임웍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데드라인이 닥치면 일에 몰두해서 겨우겨우 처 내기하다가 마음이 풀어지면 한없이 늘어지는 상황이 계속되다가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아지니 그야말로 침체에 빠져서 시간이 너무 의미없이 흘러가버렸습니다. 더 그렇게 살 수 없다는 마음으로 하루를 설계하고 루틴 만들기를 시도했습니다. 제가 이번주에 같이 보고 있는 Daily Rituals - How Artists Work라는 책의 서론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책 Daily Ritual은 사실 Routine에 대한 책이다. 루틴을 따르는 것은 자동항법모드에 들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의 루틴은 또한 선택이다. 여러가지 이어지는 일련의 선택들이다. 의지력, 자기훈련, 낙관주의와 같은 일련의 제한된 자원의 장점을 취하기 위해 정교하게 조직된 메카니즘이고 확고한 루틴은 우울한 감정의 압제를 피하고 낡아 헤어진 정신 에너지를 고양한다. (중략) Daily Ritual은 William James의 좋아하는 주제였다. 그는 당신이 당신의 삶을 자동항법모드에 두기를 원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가 “좋은 습관을 만듦으로서 우리는 정말 흥미로운 행동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마음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고 했다. 역설적이게 James는 매우 심각한 미루는 사람이었고 일반적인 일정에 얽매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저도 심각하게 미루는 사람인데 자동항법이라는 단어가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물은 한잔 마시고, 10분정도 간단한 근력 운동을 합니다. 스쿼트 두세 세트와 턱걸이를 바둥바둥 한개 하고 가슴운동, 복근운동 6주 프로그램의 해당 날의 미션을 수행합니다. 샤워를 하고 체중을 측정한 후에 명상을 합니다. 명상을 마치면 커피를 한잔 타서 오늘 해야 할 ToDo 리스트를 작성하면 한시간 쯤 지납니다. 일련의 과정이 자동항법처럼 어려움 없이 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아직은 다음에 머하지 하고 또 한 후에 기록을 해야 머리속에 몸에 남기는 합니다만 이번 한주 만족스럽게 잘 수행했습니다. 그렇게 Morning Routine을 잘 수행한 것을 기록해서 사진을 저희 토요모임 slack에 공유를 하면 성공적인 아침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하루의 기록을 노트에 꼼꼼히 기록하면서 보내고 밤이 되면 Night Routine을 가동합니다.

밤에는 노트에 기록한 Daily Log를 정리하고 기록에 빠진 사실과 생각, 느낌, 감정 등을 채워 넣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3줄 일기를 쓰고, 오늘 내가 개선하고 싶은 것 하나를 찾아서 기록합니다. 짧게 내일 계획을 적으면 Night Routine이 끝납니다.

한주일 열심히 했습니다. 하루 하루가 알차고 건강하게 채워졌습니다. 다만 운동을 좀 과격하게 몸이 견딜 수 있는 이상으로 하고 술을 좀 마셨더니 일요일은 루틴이 모두 흐트러져버렸습니다. 내일 출근부터는 본격적으로 업무와 루틴이 섞이면서 시험대에 오를 것 같습니다. 화요일에는 또 휴일도 있고요. 한주 더 진행해보고 다음주에 루틴 만들기 진행상황과 Daily Log 쓰는 노트에 대해서 Weekly Sage의 주제로 만들어 보겠습니다.

플렉스 해버렸지머야

휴, 날이 갑자기 덥네요. 아내와 둘째와 함께 여름 반팔 티셔츠를 사러 아웃렛에 갔었습니다. 네식구 옷을 10벌쯤 샀네요. 옷값도 만만치 않아서 30만원이 훌쩍 넘더군요. “지민아, 옷값이 32만원야” 했더니 지민이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플렉스 해버렸지머야” 해서 아내와 크게 웃었습니다. 요즘 지민의 드립에 저희 부부는 웃는 일이 많습니다.

플렉스 뜻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플렉스’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는 문장으로 네티즌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이 말을 처음 사용해 유행이 된 것은 래퍼 염따다. 염따는 Mnet ‘쇼미더머니8’을 비롯해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라며 호화 생활을 자랑했다. 이어 네티즌들을 비롯해 연예인들 역시 SNS 등을 통해 “플렉스 해버렸지 뭐야” 등의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플렉스 해버렸지’는 ‘값비싼 물건을 구입 후 자랑하고 뽐내다’ 라는 의미 혹은 ‘(물건을) 질러버렸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한편 원래 영어단어 flex의 뜻은 ‘(준비 운동으로) 몸을 풀다’, ‘힘을 주다’ 등의 뜻이라고 한다. 출처 : 데일리포스트(http://www.thedailypost.kr)

Weekly Sage에서는 이따금 제가 지른 물건들을 플렉스 해 보겠습니다. 이번주에는 이케아의 스코디스 제품을 사봤습니다. 스코디스 시리즈는 페그보드 (Perforated Hardboard)로 우리말로는 타공판으로 검색하면 많은 제품들은 찾을 수 있습니다. 제 방 책상 옆 벽은 실크벽지 도배가 되어 있어서 포스트잇이 잘 붙어있질 못합니다. 그래서 2년전에 봐 둔 이케아의 철제 메모보드를 두개 정도 붙여서 포스트잇 등을 단단히 붙여 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이케아에 방문했습니다. 이케아의 문제가 제품이 가끔 바뀌어 예전에 분명히 판매하던 제품이 간혹 더 이상 판매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있다는 점인데 제가 찾던 그 메모판도 더는 판매를 안하더군요. 홈페이지 검색에도 안나오는 것을 보니 구하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이전부터 눈여겨 봤던 스코디스 시리즈를 사왔습니다. 작업 완료 사진입니다. 일단 시멘트벽에 판 당 두개의 나사못을 드릴링해서 단단히 고정해야 하는 것이 좀 난관입니다만, 전에 사둔 시멘트용 드릴비트가 있어서 잘 고정하였습니다. 다만 세개의 판 수평 맞추는 것은 좀 기술이 필요합니다. 자세히 보면 미세하게 어긋났는데 아마추어에게 그 정도는 눈감아 주도록 합니다. 두시간을 씨름하여 어렵게 설치를 했는데 아뿔사 포스트잇이 붙어있지를 못합니다. 보드에 도장이 되어있는데 이게 미세하게 울퉁불퉁합니다. 그런 표면에 포스트잇이 붙어 있을리가 없죠. 돈도 수만원 쓰고 시간도 꽤 들였는데 그냥 벽에 구멍 뚤린 하얀 판이 세개 붙어있는 것이 끝이라니. 허탈했습니다. 하지만 좀 생각해 보니 고무줄에 클립을 끼워 메모지를 물려 놓으니 훨씬 더 보기도 좋고, 꼭 포스트잇이 아닌 일반 메모지도 자유롭게 사용 할 수 있었습니다. 책상 위 자리를 차지하던 헤드폰도 벽에 걸고, 잉크병도 올려 놓고, 이런 저런 것들을 다 벽으로 올려 보냈습니다. 꽤 만족스러운 소비와 경험이었습니다. 이케아 제품이 늘 그렇듯이 인건비를 아껴 제품 가격을 낮추는 것인데 설치하고 이런 저런 궁리하는 속에서 즐거운 경험을 주는 것 같습니다. 벽이 허전한 독자분들 있으시면 한번 고려 해 보세요.

마치면서

5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성년의날 등 가족과 함께 보내야 하는 행사가 많네요. 저희 애들은 이제 다 커서 어린이날은 안챙깁니다. 오늘 장모님과 어버이날을 기념했고 5월 5일에는 아버지, 어머니 뵈러 가기로 했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이제 연로하셔서 늘 뵐 때마다 걱정이 많아집니다. 그래도 화창한 5월의 날씨처럼 행복하게 보내려고 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짧을 수록 더 소중하게 그렇게요. 행복한 5월 되시길 빕니다.

Sage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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